장안을 떠날 때 스무 필이었던 비단은 서쪽의 대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열한 필로 줄어 있었다.
도둑은 한 명도 없었다.
장건이 서쪽에서 돌아온 뒤, 한나라 궁정에는 전에 듣지 못했던 나라들의 이름이 쏟아졌다. 그는 흉노에 맞설 월지와의 동맹을 얻지 못했다. 원래 임무만 보면 실패였다. 하지만 대원이라 부르던 페르가나의 좋은 말과 대하의 큰 시장, 그보다 더 서쪽에 있다는 나라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한 무제는 사절들을 잇달아 서쪽으로 보냈다. 나는 그중 작은 사절단에서 말과 짐을 맡았다. 우리 임무는 대원에 도착해 비단을 선물하고, 돌아올 때 서쪽 말과 현지 소식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젊은 사절은 처음에 길 하나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장안에서 대원까지 이어지는 길을 알아내고, 그대로 갔다 돌아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막 가장자리의 첫 오아시스에서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우리를 데려온 길잡이는 다음 마을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아는 우물은 거기까지였고, 그의 가족도 그곳에 있었다.
“품삯은 장안에서 이미 받았잖아.”
젊은 사절이 따졌지만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까지 오는 길의 값을 받았다. 다음 길은 저 사람들이 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낙타를 거느린 상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비단 한 필을 받고 우리에게 다음 우물까지 갈 길잡이와 마른 양식을 구해 주겠다고 했다.
젊은 사절이 내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식이면 도착하기도 전에 선물을 다 내주겠군.”
“물을 못 찾으면 비단을 들고 죽을 테니, 황제께서도 그건 원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비단을 내주었다.
그 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어느 마을에서는 물과 사료를 샀고, 어느 고개에서는 현지 우두머리에게 통행을 청했다. 우리가 쓰는 말을 곧바로 옮길 통역자가 없는 곳에서는 두 사람이 차례로 통역했다. 한 문장이 두 언어를 건너는 동안 길어지거나 짧아졌고, 그때마다 비단 꾸러미도 조금씩 얇아졌다.
세 번째 길잡이가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 젊은 사절은 참지 못했다.
“서쪽 끝까지 가 본 사람은 대체 어디 있지?”
우리를 기다리던 상인이 웃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발밑을 짚은 뒤, 멀리 보이는 산 아래를 가리켰다.
“나는 여기서 저 산 너머 시장까지 간다. 그곳 상인은 다음 도시까지 가지. 당신들이 찾는 길 전체를 아는 사람은 없어도, 다음 시장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 모두가 중간에서 값을 떼어 가는 것 아닌가?”
상인은 사막 쪽으로 턱을 들었다.
“우리를 빼고 가 봐라. 그럼 비단값이 아니라 목숨값을 내게 될 테니까.”
젊은 사절은 대꾸하지 못했다. 길은 땅에 난 흔적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물의 위치를 아는 사람, 다른 언어로 값을 흥정하는 사람, 낙타와 말을 바꿔 주는 사람, 낯선 고을에서 잠자리를 보증하는 사람이 있어야 다음 구간이 열렸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지중해까지 곧게 뻗은 한 길이 아니었다. 서로 길의 끝을 모르는 사람들이 물건을 다음 시장으로 넘겼고, 그 짧은 거래들이 이어지면서 대륙을 건너는 긴 교역망이 만들어졌다. 중간 상인은 길 위에 붙은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길이 끊어지지 않게 만드는 일부였다.
우리는 끝내 대원에 도착했다. 남은 비단은 좋은 말 두 마리와 돌아갈 식량, 새 길잡이의 품삯으로 바뀌었다. 젊은 사절은 스무 필 중 절반 가까이를 길에서 썼다는 사실을 여전히 아까워했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먼저 비단을 내놓았다. 이제는 그 값으로 무엇을 사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대원의 시장을 떠날 때 나는 우리 비단 한 필이 낯선 상인의 낙타 등에 실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더 서쪽으로 간다고 했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자 세 도시의 이름만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뒤는 또 다른 상인의 몫이었다.
담장 쪽에 앉은 여자가 밤공기가 차가워지자 무릎 위의 겉옷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그럼 장건이 실크로드를 처음 만든 건 아니군요?”
“맞습니다. 장건이 떠나기 전에도 초원과 오아시스, 인도 방면을 잇는 지역 교역로가 있었습니다. 장건은 그 연결을 처음부터 만든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 조정이 서쪽의 나라와 시장을 구체적으로 보게 만든 인물에 가깝습니다. 그 뒤 사절과 상인이 더 자주 오가면서 기존의 길들이 훨씬 큰 교역망으로 이어졌지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러니까 실크로드라는 이름도 당시 사람들이 붙인 건 아니겠네요?”
“훨씬 뒤에 생긴 이름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이 오가는 길과 다음 시장을 알았을 뿐, 유라시아 전체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번 연결된 교역망은 사람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옮기지 않았다. 비단과 말이 지나간 길로 장인과 승려와 병사도 움직였고, 그들과 함께 기술과 신앙과 이야기와 질병도 퍼졌다. 연결이 넓힌 것은 시장의 크기만이 아니라, 한 지역의 변화가 다른 지역에 닿는 범위였다.
장안으로 돌아온 뒤, 젊은 사절은 보고서 첫 줄에 ‘서쪽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고 썼다. 그는 한참 그 문장을 보더니 먹으로 지웠다.
그리고 다시 적었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