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50 kya호모 사피엔스의 대이동연재 본문

회차 010

10화. 호모 사피엔스의 대이동, 인류는 어떻게 아프리카 밖으로 퍼졌을까

약 7만~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집단들이 물과 이동 경로를 공유하며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하는 모습

나는 흙바닥에 아프리카의 윤곽을 그리고, 바깥으로 선 하나를 길게 뻗었다.

“사람들이 이 길로 한꺼번에 나간 거예요?”

막내가 묻자 나는 선을 손바닥으로 지웠다. 이번에는 여러 방향으로 짧은 선을 그었다. 어떤 선은 바깥으로 이어졌고, 어떤 선은 되돌아왔으며, 어떤 선은 중간에서 끊겼다.

“여러 번 떠났어. 돌아온 무리도 있었고, 멀리 갔지만 후손을 남기지 못한 무리도 있었지. 너희를 포함해 오늘날 아프리카 밖에 사는 사람들의 조상 대부분은 그보다 뒤에 일어난 큰 확산에서 이어졌어.”

여학생이 끊긴 선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럼 나중에 크게 퍼진 사람들은 뭐가 달랐어요?”

“낯선 곳에 꼭 맞는 몸을 가지고 나간 건 아니었어. 대신 낯선 곳에서도 고쳐 쓸 수 있는 것들을 들고 나갔지.”

내가 기억하는 한 무리는 동아프리카의 숲과 풀밭이 맞닿는 곳에서 출발했다. 비가 두 계절 연달아 늦었고, 우리가 알던 물웅덩이는 바닥부터 갈라졌다. 그곳에 남아 다음 비를 기다리거나, 물이 있다는 북쪽 땅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길의 끝까지 가 본 사람이 우리 가운데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함께 떠난 젊은 여성 동료 한 명은 목에 작은 조개껍데기를 걸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온 여행자에게 받은 것으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동료는 조개보다 여행자에게 함께 배운 노래를 더 소중히 여겼다.

노래에는 검은 바위등성이와 마른 강바닥 두 개, 벼락에 갈라진 나무가 차례로 나왔다. 마지막에는 해가 기울 때 바위 그늘을 따라가면 물이 있다는 구절이 붙었다. 반대편에서 이 길을 건너온 사람들이, 돌아가는 길을 잊지 않으려고 부르던 노래였다.

“그 노래 하나를 믿고 가자고?”

내가 묻자 동료는 목에 건 조개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노래를 만든 사람은 살아서 왔잖아.”

맞는 말이라서 더 따지기 어려웠다.

우리는 물을 가죽 주머니에 나누어 담고 출발했다. 첫날에는 검은 바위등성이가 나타났고, 다음 날에는 바닥이 하얗게 마른 강을 두 번 건넜다. 노래가 현실과 맞아떨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그러나 셋째 날, 벼락에 갈라졌다는 나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은 물은 저녁을 버티기에도 모자랐다. 사람들은 노래가 틀렸다며 돌아가자고 했지만,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젊은 동료는 같은 구절을 여러 번 부르다가, 노래 속 나무가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흩어져 땅을 살폈다. 한참 뒤 내가 모래 밖으로 튀어나온 검은 나무뿌리 하나를 발견했다. 줄기는 오래전에 쓰러져 모래에 묻혔지만, 벼락에 갈라진 흔적은 뿌리 가까이에 남아 있었다.

동료는 그 자리에서 노래를 고쳤다.

살아 있는 나무를 찾으라는 구절은, 모래 속 검은 뿌리를 찾으라는 구절로 바뀌었다.

해가 기울자 우리는 바위가 만든 긴 그늘을 따라갔다. 그 끝에는 손으로 흙을 퍼내면 물이 차오르는 얕은 샘이 있었다.

샘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소리치며 창을 들었다. 우리도 무기를 내렸지만 손에서는 놓지 않았다.

그때 젊은 동료가 노래의 첫 구절을 불렀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한 여자가 다른 말로 다음 구절을 이었다. 음은 조금 달랐고 검은 바위와 마른 강의 순서도 반대였다. 그래도 우리는 그 노래가 같은 길을 반대쪽에서 건너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낯선 여자의 목에도 구멍 뚫린 조개 하나가 걸려 있었다.

창끝이 조금씩 내려갔다.

그날 밤 두 무리는 한 불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우리는 남쪽으로 가는 길과 숲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알려 주었고, 그들은 북쪽의 뿌리와 다음 샘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젊은 동료는 노래 끝에 새 구절을 붙였다. 검은 뿌리 뒤에는 낯선 사람의 샘이 있다는 구절이었다.

노래는 길을 건너오며 이미 한 번 바뀌었고, 우리 손에서 또 바뀌었다. 틀리지 않게 보존하는 것보다, 달라진 길에서도 쓸 수 있게 고치는 편이 더 중요했다.

대부분의 생물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면 몸이 달라지는 여러 세대를 기다려야 했다. 인간은 불과 도구, 가죽과 이야기를 바꾸어 몸 바깥의 생존법을 먼저 고쳤고, 그 덕분에 숲에 살던 몸으로 사막과 해안, 추운 땅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그 뒤로 수천 년 동안 그 노래의 먼 친척들을 들었다. 검은 바위는 어느 곳에서 눈 덮인 산이 되었고, 조개는 짐승의 이빨이나 색칠한 돌로 바뀌었다. 어떤 무리는 새로운 구절을 보탰고, 어떤 무리는 앞부분을 잊었다.

원래의 노래는 결국 사라졌다.

그러나 길을 이야기로 옮겨 들고 가는 방법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화의 폭발은 어느 날 모든 사람이 갑자기 천재가 된 사건이 아니었다. 흩어진 집단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답을 만들고, 다시 만날 때마다 그 답을 섞으면서 인류 전체가 가진 해답의 수가 빠르게 늘어난 사건이었다.

“그 노래가 세상 끝까지 간 거예요?”

막내가 물었다.

“아니. 하나의 노래가 세계를 덮은 게 아니야. 노래는 갈라지고 섞이고 사라졌어. 그 자리에서 더 많은 노래가 태어났지.”

우리는 완성된 문화 하나를 들고 아프리카를 나온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땅에 닿을 때마다 알고 있던 것의 일부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것을 빌리고, 나머지는 그곳에 맞게 고쳐 썼다.

인간은 한 번 아프리카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든 다시 떠날 수 있는 존재로 바뀌고 있었다.

역사 메모

2025년 발표된 아프리카 유적·기후 분석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가 이용한 환경의 폭은 약 7만 년 전부터 숲과 건조지대로 크게 넓어졌으며, 오늘날 유라시아인의 조상 대부분으로 이어진 아프리카 밖 확산은 약 5만 년 전에 시작됐다. 그보다 앞선 이동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후대 인구에 남긴 유전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케냐 팡가 야 사이디의 7만 8천 년 기록에서는 약 6만 7천 년 전 도구 체계가 바뀌고 6만 7천~6만 3천 년 전 층에서 가장 이른 조개 구슬이 나타나지만, 여러 상징·기술 요소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불연속적으로 축적됐다. 본문의 길 노래와 조개를 통한 만남은 이 변화의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한 허구다. 생태 지위 확장 연구·Nature · 팡가 야 사이디 연구·Nature Commun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