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 BCE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학문 도시연재 본문

회차 038

38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어떻게 지식의 중심이 되었을까?

기원전 약 300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학자들이 서로 다른 두루마리 사본을 펼쳐 놓고 비교하는 모습

나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사기꾼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팔려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우리가 가진 사본에 없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이건 틀렸습니다.”

내가 두루마리를 돌려주자, 키오스에서 온 음유시인 텔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이 가진 것과 다르다는 말이겠지.”

“같은 책인데 문장이 다르면 어느 한쪽은 잘못 베낀 겁니다.”

“그 구절은 내 아버지가 외웠고, 아버지의 스승도 외웠어. 당신 서가에 없는 문장은 전부 가짜인가?”

나는 대답 대신 왕실 도서관의 사본을 가져왔다. 제목표를 풀고 문제가 된 대목을 나란히 놓았다. 텔레스의 두루마리에는 한 줄이 더 있었고, 그 아래 단어도 둘이나 달랐다.

내 눈에는 오히려 사기라는 증거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도서관을 맡은 제노도토스가 다가왔다. 그는 두 사본을 읽고는 텔레스에게 물었다.

“이 두루마리는 어디서 구했소?”

“키오스의 우리 집에 있었소.”

“누가 베꼈는지 아오?”

“아버지는 자기 스승에게서 받았다고 했소. 그전은 모르오.”

제노도토스는 나를 돌아봤다.

“아테네에서 온 사본과 로도스에서 온 사본도 가져오게.”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가짜 한 권을 가려내려고 사본 네 권을 펼치는 건, 구멍 난 물항아리를 확인하겠다며 물을 네 번 붓는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네 두루마리는 똑같지 않았다.

어느 사본에는 텔레스의 구절이 없었고, 다른 사본에는 그 구절이 있으나 단어 하나가 달랐다. 한 사본은 두 줄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 가장 새롭고 깨끗한 사본에도 다른 곳에서 한 줄이 빠져 있었다.

제노도토스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바로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각 두루마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적고, 같은 대목마다 차이를 표시했다. 여러 사본에 공통으로 남은 문장과 한 사본에만 나타난 문장을 나눠 보았다. 말의 쓰임과 앞뒤 흐름도 따졌다.

텔레스가 물었다.

“그래서 내 아버지가 외운 구절은 가짜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소. 본문에 넣을지는 더 살펴봐야 하지만, 적어도 어디에서 전해진 구절인지는 함께 남기겠소.”

“그럼 내 두루마리 값은?”

“다른 사본과 다르니 살 가치가 있소.”

텔레스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사기꾼에게 주는 돈치고는 후하군.”

나는 그날 처음으로 사과와 매입 대금을 함께 건넸다.

담장 아래의 남자가 물었다.

“같은 책을 많이 모으면 정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까?”

“항상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본이 흩어져 있을 때는 각자 가진 한 권이 전부였습니다. 여러 지역의 사본을 한곳에 놓자 빠진 줄과 더해진 줄, 바뀐 단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지요. 어느 쪽이 더 오래된 표현인지, 베끼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따질 근거가 생겼습니다.”

한 권씩 흩어져 있을 때 책은 읽고 외우는 대상이었다. 여러 사본을 한곳에 모으자 책은 서로 비교하고 고칠 수 있는 자료가 됐다. 지식은 많이 보관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차이를 찾아 더 믿을 만한 내용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갔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책만 모이지 않았다. 왕실의 지원을 받는 학자들이 무세이온에 머물며 함께 먹고 연구했다. 시를 연구하는 사람 옆에서 의사가 몸을 논했고, 수학자와 천문학자가 같은 식탁에서 다퉜다. 다른 언어로 적힌 기록은 그 언어를 아는 사람과 함께 읽고 그리스어로 옮기기도 했다. 두루마리가 너무 많아지자 저자와 분야, 첫 문장과 분량을 적은 목록으로 책을 찾는 방법도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여성이 물었다.

“왕들은 왜 그 많은 돈을 쓴 겁니까? 정말 공부가 좋아서요?”

“호기심만으로 세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뒤 여러 왕국은 땅과 군대뿐 아니라 학자와 책을 두고도 경쟁했습니다. 뛰어난 사람과 오래된 문헌을 자기 도시에 모으는 일은 왕조의 힘과 권위를 보여 주는 방법이었지요.”

왕실의 돈은 학자들이 생계 걱정을 덜고 연구하게 했다. 동시에 어떤 책을 사들이고, 무엇을 번역하며, 어느 사본을 표준으로 삼을지도 왕실 기관 안에서 결정됐다. 텔레스의 구절처럼 남겨진 차이도 있었지만, 선택받지 못한 많은 말은 기록 밖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지식을 모으는 기관은 지식을 넓히지만, 무엇을 복사하고 번역하고 표준으로 남길지도 결정한다. 책을 모으는 힘이 커질수록 지식을 키우는 힘과 지식의 경계를 정하는 힘이 같은 곳에 모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지식은 학자들이 함께 쓰는 자산이면서, 국가가 차지하려는 자산이기도 했다.

다음 날 나는 전날 중복이라고 표시해 둔 상자를 다시 열었다. 같은 제목이 붙은 두루마리 열두 권이 들어 있었다.

제노도토스가 물었다.

“정말 똑같은 사본은 몇 권이었나?”

“아직 똑같다고 확인한 사본은 없습니다.”

그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도서관 일을 시작했군.”

역사 메모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과 왕실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2세 때인 기원전 3세기 초에 자리 잡았으며, 왕실 지원 아래 여러 지역의 문헌과 학자를 모은 연구 공동체였다. 제노도토스를 비롯한 알렉산드리아 학자들은 서로 다른 호메로스 사본을 비교·편집했고, 뒤이어 칼리마코스의 《피나케스》는 문헌을 분류하고 찾기 위한 대규모 목록으로 발전했다. 이 기관은 학술의 중심이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문화적 권위와 다른 헬레니즘 왕국과의 경쟁을 보여 주는 사업이기도 했다. 건물의 정확한 모습과 장서 규모·수집 방식에는 불확실한 전승이 많으며, 본문의 텔레스와 사본 매입 갈등은 허구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연구·편집 기능·시카고대학교 도서관 ·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문화와 권력·에든버러대학교 · 알렉산드리아 학자들의 호메로스 본문 연구·Oxford Acade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