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법이 광장에 내걸렸을 때, 누구보다 신이 난 사람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수레꾼이었다.
그의 이름은 마르쿠스였다. 법판이 세워진 첫날부터 그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저기에 내 이야기도 있나?”
“자네 이름은 없어.”
“이름 말고. 내가 억울할 때 써먹을 말 말이야.”
며칠 전, 마르쿠스는 소가 끄는 수레에 항아리를 싣고 성안으로 들어오다가 길을 벗어났다. 길 한복판에 돌이 잔뜩 쌓여 있어서 그대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레바퀴는 옆 밭을 지나며 어린 포도나무 두 그루를 망가뜨렸다.
밭 주인의 관리인은 포도나무 값을 물어내라고 했다. 마르쿠스는 길부터 막아 놓은 쪽이 잘못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관리인은 아주 편한 말을 꺼냈다.
“원래 법이 그래.”
무엇이 원래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누가 정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법을 아는 사람처럼 말했고, 마르쿠스는 모르는 사람처럼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 일이 드문 것도 아니었다. 규칙이 사람들의 기억과 관습 속에만 있을 때는, 그 규칙을 해석하는 사람의 입이 곧 법처럼 움직였다. 힘없는 사람은 판결을 받기 전에 먼저 이런 싸움을 해야 했다. 정말 그런 규칙이 있는지, 아니면 힘센 사람이 방금 만들어 낸 말인지부터 알아내야 했다.
나는 마르쿠스와 함께 법판을 처음부터 읽었다. 소송을 시작하는 법,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 상속과 재산, 장례에 관한 규칙까지 온갖 조항이 짧고 딱딱한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마르쿠스는 조급해졌다.
“포도나무는 아직 안 나왔나?”
“포도나무보다 길이 먼저 나왔어.”
나는 도로에 관한 조항을 소리 내 읽었다. 길을 제대로 손보지 않고 돌을 치우지 않았다면, 짐승이나 수레가 원하는 곳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르쿠스는 그 짧은 조항을 세 번 읽어 달라고 했다. 글자는 몰라도 문장은 외울 수 있었다. 그는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하다가 두 번 틀렸고, 세 번째에는 한 단어도 빠뜨리지 않았다.
다툼을 가리던 날, 관리인은 다시 관습을 말했다. 마르쿠스는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광장에 적힌 법은 다르다.”
그가 외운 문장을 말하자 구경꾼들이 술렁였다. 마르쿠스는 나와 함께 법판을 보았고, 같은 내용을 들은 사람도 데려왔다. 다툼을 맡은 관리는 밭 주인 쪽에 길의 돌을 치웠는지 물었다.
관리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마르쿠스가 얻은 것은 포도나무 두 그루의 값보다 컸다. 다음에도 누군가 ‘원래 법이 그렇다’고 말하면, 어디에 그렇게 적혀 있는지 되물을 수 있게 됐다.
담장 아래에 앉은 남자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글을 못 읽으면 공개해도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 복잡한 절차를 아는 사람, 판결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훨씬 유리했지요. 마르쿠스도 혼자서는 그 조항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차이는 컸습니다. 전에는 법을 안다는 사람의 머릿속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읽어 달라고 할 수 있었고, 외울 수 있었고, 같은 문장을 들은 증인을 데려올 수도 있었습니다.”
법이 공개됐다고 모든 시민이 같은 힘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도 적힌 문장을 완전히 무시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눈과 입을 상대해야 했다.
문제는 법판에 좋은 규칙만 적힌 것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마르쿠스는 도로 조항을 찾은 날, 다른 문장 하나도 읽어 달라고 했다. 귀족인 파트리키와 평민인 플레브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이었다. 마르쿠스는 플레브스였고, 그의 누이는 파트리키 가문의 남자와 혼인하려 했다. 두 집안은 이미 크게 다투고 있었다.
“이것도 법인가?”
이번에는 내가 편하게 대답할 차례가 아니었다.
“그래.”
마르쿠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공개된 법은 그를 한쪽 다툼에서 지켜 주었지만, 다른 다툼에서는 차별을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나쁜 규칙도 글로 남으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 드러난 차별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표적도 주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막연히 분노하는 대신, 어느 조항을 없애야 하는지 말할 수 있었다. 실제로 파트리키와 플레브스의 혼인을 막은 규정은 몇 년 뒤 거센 논쟁 끝에 폐지됐다.
로마 성문법의 가장 큰 변화는 시민과 권력자가 같은 문장을 가리킬 수 있게 된 데 있었다. 그렇다고 법이 처음부터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개된 법은 제멋대로인 해석을 줄이는 기준이 됐지만, 당시의 불평등도 함께 고정했다. 그래도 불공정이 문장으로 드러나면 사람들은 어디에 맞서야 하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법이 판결의 기준이 된 순간, 법 자체도 시민이 따지고 바꿀 수 있는 대상이 됐다.
그 뒤로 마르쿠스는 광장에 갈 때마다 사람을 붙잡고 법판 앞에 섰다. 처음에는 길에 관한 조항을 읽어 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혼인을 금지한 문장을 더 자주 골랐다.
어느 날 내가 물었다.
“오늘은 어느 쪽을 읽어 줄까? 자네를 도와준 쪽, 아니면 화나게 한 쪽?”
마르쿠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화나게 한 쪽. 그래야 뭘 바꿔야 하는지 잊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