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0 BCE초기 금속 가공연재 본문

회차 022

22화. 금속 가공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인류가 구리의 성질을 바꾼 순간

기원전 약 6000년 초기 금속 제작자들이 자연동을 두드리고 달구어 가공하는 모습

나는 구리를 처음 보고 불량한 돌이라고 생각했다.

붉은빛이 도는 작은 덩어리를 받침돌 위에 놓고 내리쳤다. 부싯돌처럼 날카로운 조각이 떨어져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망치로 친 자리만 납작해졌다.

다시 쳤다.

이번에는 옆으로 퍼졌다.

“이건 날이 안 서.”

내가 붉은 조각을 밀어 놓자 장신구를 만들던 여자가 집어 들었다.

“깨지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쓸모가 없지.”

그녀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었다.

“반대야. 깨지지 않으니까 쓸모가 있는 거야.”

나는 돌을 다루는 데 익숙했다. 단단한 돌을 내리쳐 바깥을 조금씩 떼어 내면 원하는 모양을 남길 수 있었다. 잘못 친 부분은 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고, 다시 붙일 수는 없었다.

붉은 조각은 다르게 움직였다. 망치로 친 부분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옆으로 퍼졌다. 두꺼운 곳은 얇아졌고, 둥근 덩어리는 길어졌다. 돌이라면 부러졌을 만큼 구부려도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여자는 그 조각을 여러 번 두드려 가느다란 송곳으로 만들었다. 돌날만큼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가죽에 구멍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바닥에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았고, 끝이 휘면 다시 두드려 펼 수 있었다.

돌을 다룰 때는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 내고 쓸 부분만 남겼다. 구리는 재료를 크게 버리지 않고도 두드리고 구부려 모양을 바꿀 수 있었다. 모양이 조금 잘못돼도 다시 펴서 고칠 수 있다는 점이 돌과 달랐다.

며칠 뒤, 송곳 끝은 처음처럼 쉽게 펴지지 않았다. 여러 번 두드린 구리가 전보다 단단해져 망치질을 버텼다. 계속 힘을 주자 가장자리에 작은 금이 생기려 했다.

“결국 이것도 깨지겠네.”

내가 말하자 여자는 송곳을 가져가 불 속에 넣었다.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반대야. 다시 쉽게 펴려고.”

불이 잦아든 뒤 그녀는 식은 송곳을 받침돌 위에 올렸다. 같은 힘으로 두드렸는데도 조금 전보다 쉽게 납작해졌다. 휘어진 끝도 천천히 펴졌다.

새 구리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다른 재료를 섞은 것도 아니었다. 같은 조각을 계속 두드렸을 때는 단단해졌고, 불에 넣었다 꺼낸 뒤에는 다시 쉽게 모양을 바꿀 수 있었다.

그때 우리는 열처리나 풀림 같은 말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순서는 기억할 수 있었다. 구리를 오래 두드리면 단단해지고, 너무 단단해져 갈라지기 전에 불에 달구면 다시 두드리기 쉬워졌다.

같은 구리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졌다. 인간은 필요한 성질을 가진 재료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에 있는 재료의 성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작은 구리 송곳 하나가 돌도끼와 돌날을 밀어낸 것은 아니었다. 구리는 귀했고 큰 덩어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날카롭게 자르는 일에는 여전히 돌이 나았다. 큰 나무를 찍고 짐승을 해체할 때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돌 도구를 더 많이 사용했다.

담장 아래에 앉아 있던 여자가 물었다.

“그럼 그때 금속은 돌보다 좋은 재료가 아니었던 건가요?”

“모든 일에 더 좋지는 않았습니다. 돌은 더 날카로운 날을 만들기 쉬웠고 구리보다 구하기도 편했습니다. 대신 구리는 휘어도 다시 펴고, 여러 번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이미 흙을 불에 구워 단단한 토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구운 토기는 다시 젖은 흙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구리는 달랐다. 두드려 단단하게 만들었다가 불에 달구어 다시 쉽게 펴고, 그 뒤에 또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구리가 돌보다 무조건 강한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재료를 여러 번 고치고,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광석에서 금속을 얻고, 금속을 녹여 틀에 붓고, 서로 다른 금속을 섞게 된다. 그 기술들이 이때 한꺼번에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재료를 다루는 질문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어떤 재료가 가장 좋은가.

그 질문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른 질문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재료를 어떻게 다루면 원하는 성질을 얻을 수 있는가.

돌의 시대는 그날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좋은 재료를 찾아다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손에 든 재료를 더 알맞게 바꾸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역사 메모

구리 사용은 기원전 6000년보다 훨씬 앞서 시작됐다. 튀르키예 동남부 차요뉘에서는 기원전 9천~8천년기의 자연동 구슬과 송곳 등이 발견됐고, 일부에는 두드리기와 열처리의 흔적이 확인된다. 기원전 6000년 무렵에는 구리 광물과 자연동의 사용이 서아시아에서 이란·레반트·발칸 방면으로 넓어졌지만, 당시의 작은 구리 제품은 돌 도구를 대체하지 않았다. 광석에서 금속을 얻는 제련과 용융·주조 기술도 같은 시점에 한꺼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발전했다. 본문의 송곳과 제작자는 자연동을 두드리고 달구면 성질이 달라진다는 기술적 원리를 한 장면에 압축한 허구다. 유라시아 초기 금속 가공 연구·Antiquity · 초기 구리 사용 확산 연구·Journal of World Pre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