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두고 갈 거야.”
여자 동료가 흙을 불에 구워 만든 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두고 갈 물건을 왜 만들었어?”
당시 우리에게 좋은 물건은 들고 떠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돌날과 바늘은 몸에 지니고 가죽 주머니는 어깨에 걸었다.
하지만 흙으로 만든 그릇은 무거웠다. 떨어뜨리면 깨졌고, 등에 묶고 달리기에도 불편했다. 들고 갈 수 없다면 애써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동료는 대답 대신 그릇에 물을 담았다.
우리는 해마다 물고기가 몰려오는 계절에 그 강가를 찾았다. 잡은 물고기는 불에 굽거나 말렸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잡히는 날에는 먹거나 말리기 전에 상하는 것도 있었다.
머리와 잔뼈, 질긴 뿌리처럼 불에 바로 굽기 어려운 부분은 버릴 때가 많았다.
동료는 그런 것들을 물과 함께 그릇에 넣고 불 가까이에 두었다.
“먹을 걸 물에 빠뜨렸네.”
“먹어 보고 말해.”
한참 뒤 물 위로 기름이 떠올랐다. 질기던 살과 뿌리는 손가락으로도 으깰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졌다. 이가 좋지 않던 노인도 국물을 마시고 잘게 풀어진 살을 먹었다.
평소라면 버렸을 부분으로 여러 사람이 한 끼를 더 먹었다.
토기는 음식을 담는 그릇에 그치지 않았다. 물을 담은 채 불 가까이 둘 수 있어서 굽기 어려운 뿌리와 생선의 여러 부위를 오래 끓일 수 있었다. 단단하거나 질겨서 버리던 부분도 부드럽게 만들면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났다.
물고기가 줄어들자 우리는 다른 먹이를 찾아 떠날 준비를 했다. 동료는 잘 말린 물고기와 견과를 또 다른 그릇에 넣었다.
“그것도 가져갈 거야?”
“아니. 이것도 두고 가.”
“그러면 다른 짐승이나 사람이 먹겠지.”
“남아 있으면 우리가 먹을 거고.”
동료는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그러니까 돌아와야지.”
그전까지 우리는 물고기가 돌아오는 계절에 맞춰 강으로 왔다. 이제는 우리가 남겨 둔 음식도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됐다.
우리는 그릇을 돌로 가리고 주변의 생김새를 기억한 뒤 강을 떠났다. 나는 다시 왔을 때 깨진 그릇만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해에는 추위가 예상보다 일찍 닥쳤다. 사냥감도 충분히 잡지 못했다. 우리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다시 강가로 돌아갔다.
그릇은 남아 있었다.
다만 그릇을 가렸던 돌은 옆으로 옮겨져 있었고, 음식은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강가에는 처음 보는 무리가 머물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가 말려 둔 물고기를 씹고 있었다.
“우리가 넣어 둔 거야.”
동료가 말하자 상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었어.”
“사람이 없었다고 주인도 없는 건 아니야.”
“두고 갔잖아.”
누구 말이 맞는지 정할 규칙은 없었다. 들고 있는 음식은 누가 가진 것인지 분명했다. 하지만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은 음식은 달랐다.
우리도 배가 고팠고 그들도 배가 고팠다. 동료는 남은 물고기를 빼앗아 숨기지 않았다. 대신 그릇에 물을 붓고 두 무리가 가져온 뿌리와 고기를 함께 넣었다.
따로 먹으면 부족했던 음식이 한 그릇에 모였다. 두 무리의 모든 사람이 따뜻한 국물을 나눠 마실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동료는 빈 그릇을 두 무리 사이에 놓았다.
“다음에는 같이 채우자.”
상대 무리의 여자가 잠시 그릇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음 물고기 철에도 같은 강에서 만나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는 양쪽이 가져온 마른 음식을 그릇에 나누어 담았다.
그 뒤로 강가에 돌아올 때마다 남겨 두는 물건이 늘었다. 다음에 쓸 땔감과 그물, 바람을 막을 돌과 빈 그릇을 그 자리에 두었다.
우리는 여전히 계절마다 다른 먹이를 찾아 이동했다. 하지만 강가를 떠날 때마다 다음에 돌아와 쓸 물건과 음식이 남았다.
음식을 저장하면 많이 잡힌 계절의 먹을 것을 부족한 계절까지 남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저장한 음식을 다시 찾기 위해 같은 장소로 돌아왔다. 한곳에 음식과 도구를 계속 남기자 그 장소는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반복해서 생활하는 곳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저장한 음식은 새로운 문제도 만들었다. 누가 그릇을 채웠는지, 떠난 뒤 누가 먹어도 되는지, 누가 지키고 어떻게 나눌지를 정해야 했다.
먹을 것이 남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남은 음식의 주인과 분배 방법도 생각해야 했다.
“그릇 하나 때문에 마을이 생긴 거예요?”
여학생이 물었다.
“아니. 그릇 하나만으로 사람을 정착시킬 수는 없어. 다만 사람들이 한곳에 음식과 도구를 계속 남기면, 떠난 뒤에도 다시 돌아올 이유가 생기지.”
그릇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강가에 남았다.
그 뒤부터 우리는 물고기만 찾아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남겨 둔 음식과 도구를 찾으러 같은 장소로 돌아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