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쯤에서 장례식이 등장하지.
“죽은 사람을 묻는 것도 기술이에요?”
막내가 물었다.
“구덩이 파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예요?”
“아니. 이번에 달라진 건 땅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야.”
“냄새가 나니까 묻은 거 아니에요?”
“그게 전부였다면 죽은 사람 곁에 귀한 물건까지 넣을 이유는 없었겠지.”
여학생이 팔짱을 꼈다.
“그럼 죽은 사람이 쓸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나도 그게 궁금했어.”
그 무렵 함께 살던 아이 하나는 붉은 돌만 보면 손을 뻗었다. 지금은 오커라고 부르는 돌이었다. 물을 묻혀 피부에 문지르면 피보다 밝고 오래가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
그 돌은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었다. 먼 곳에서 가져온 덩어리는 작아질 때마다 아까웠는데, 아이는 내가 잠깐 내려놓기만 하면 집어 갔다. 어느 날에는 내 손바닥 한가운데에 굵은 선을 긋고는, 자기 손에도 똑같은 선을 남겼다.
나는 돌을 빼앗았다. 아이는 입술을 내밀었지만 곧 다른 장난감을 찾아 달아났다.
그때는 그 붉은 선이 며칠 뒤 내게 남은 아이의 마지막 흔적이 될 줄 몰랐다.
아이는 열이 오른 지 사흘 만에 숨을 멈췄다. 어머니는 한동안 아이를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우리는 기다렸다. 해가 기울자 누군가는 시신을 동굴 밖으로 옮겨야 한다는 몸짓을 했다. 그 무리에서는 냄새와 짐승을 피하려고 흔히 그렇게 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동굴 안쪽의 단단한 흙을 손으로 긁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하나가 돌조각을 가져와 곁에 앉았고, 잠시 뒤에는 나도 흙을 퍼냈다. 구덩이는 아이 하나를 옆으로 눕힐 만큼만 넓어졌다.
어머니는 아이의 무릎을 몸 쪽으로 굽히고 두 손을 얼굴 가까이에 모아 주었다. 잠든 모습과 비슷했지만, 누구도 아이가 다시 눈을 뜰 거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내 가죽 주머니를 가리켰다.
안에는 아이에게서 빼앗았던 붉은 돌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돌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뜻으로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그것을 구하려면 먼 길을 걸어야 했고, 이제 남은 덩어리도 크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 손바닥을 폈다. 아이가 그어 놓은 붉은 선은 물과 땀에 씻겨 거의 사라졌지만, 손금 사이에는 아직 색이 남아 있었다.
“아이 것.”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누워 있는 아이를 가리킨 뒤, 아무것도 쥘 수 없는 손을 펼쳐 보였다. 이제는 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 한마디 때문에 나는 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어머니는 죽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돌을 쓸 수 있다고 착각한 것도 아니었다. 쓸 수 없음에도 돌을 쥐어주려는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붉은 돌을 꺼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바닥에 붉은 자국을 남기고, 남은 덩어리를 굽힌 다리 곁에 놓았다. 우리가 흙을 덮는 동안 아무도 그 돌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날 밤 어머니는 불 곁에서 익은 고기를 두 조각으로 나눴다. 늘 하던 손놀림이었다. 작은 조각을 아이가 앉던 자리에 놓으려다 멈췄고, 한참 뒤에야 자기 몫과 합쳤다. 아이는 사라졌지만 아이를 돌보던 습관은 아직 어머니의 손에 남아 있었다. 우리도 그 빈자리를 보며 같은 아이를 떠올렸다.
장례는 시신을 치우는 일에서 끝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몸과 기억, 물건과 자리를 하나로 묶어, 보이지 않게 된 사람을 공동체 안에 남겨 두는 방법이 되었다.
다음 날 어린아이 하나가 무덤 위를 밟으려 하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손을 뻗어 막았다. 그 아이는 흙 아래를 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붉은 손바닥을 펴 보이자 누구의 자리인지 알아들었다.
계절이 바뀐 뒤에도 우리는 그 동굴로 돌아왔다. 아이를 알지 못하는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게도 무덤의 위치를 알려 주었고, 그 위에서는 불을 피우거나 돌을 깨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흐른 뒤 다른 사람이 죽었을 때도 우리는 그 곁에 자리를 만들었다.
땅속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산 사람들의 걸음과 불의 위치, 물건의 쓰임을 바꾸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세계의 질서에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상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물건에 붙잡아 두는 방법이다. 붉은 돌은 더 이상 색을 내는 광물만이 아니라, 죽은 아이와 그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함께 가리키는 표지가 되었다.
“그래서 죽은 뒤에도 다른 곳에서 산다고 생각한 거예요?”
막내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건 아직도 몰라.”
“아저씨도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요?”
“오래 산다고 죽은 뒤까지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다만 보이지 않는 저쪽 세계를 떠올린 사람들이 이쪽 세계를 바꾸는 모습은 수도 없이 봤지.”
그전까지 죽은 사람은 주로 나 혼자 기억했다.
그 무덤 앞에서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