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흙바닥에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주위에 작은 점들을 흩어 찍었다.
“이게 뭐예요?”
막내가 물었다.
“가운데는 들소 무리. 주위의 점은 우리.”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해요?”
“한 사람이 들소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들소 무리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편이 더 어려우니까.”
그해 우리는 들소를 쫓기 전에 오래 지켜봤다. 발자국을 잘 읽는 사람은 무리가 자주 지나는 곳을 살폈고, 바람의 방향을 잘 읽는 사람은 우리의 냄새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살폈다.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은 들소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을 골랐다.
누구도 모든 것을 가장 잘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가 알아낸 것을 한곳에 모았다. 발자국을 가장 잘 읽던 나이 든 여자 동료가 땅에 선을 긋고 돌을 놓아 사람들의 자리를 나눴다. 뒤에서 무리를 움직일 사람, 옆길을 막을 사람, 좁아지는 지형 끝에서 기다릴 사람이 서로 다른 곳으로 갔다.
내 자리는 왼쪽 비탈 아래였다. 들소를 찌르는 곳이 아니라 숲으로 빠지는 길을 막는 곳이었다. 새로 만든 창을 써 보고 싶었던 나는 그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냥이 시작되자 반대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은 멀리서 외침이 이어지면 모습을 드러내고, 들소가 내 쪽으로 와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외침이 들리고 잠시 뒤 들소들이 내 쪽으로 몰려왔다. 무리에서 떨어진 어린 들소 한 마리가 숲을 향해 달렸다. 나는 눈앞의 사냥감을 쫓으려고 자리를 벗어났다.
옆의 동료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린 들소 뒤로 무리 전체가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길을 비우면 한 마리를 얻는 대신 나머지를 전부 놓칠 수 있었다. 나는 돌아와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섰다.
그것으로 내가 한 일은 거의 끝이었다.
들소들은 빈 곳을 찾아 방향을 바꿨고, 우리가 미리 고른 좁은 지형으로 들어갔다. 끝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창을 썼다. 누가 어느 들소를 쓰러뜨렸는지 셀 겨를도 없이 사냥은 끝났다.
사냥이 끝난 뒤에도 역할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주변을 살폈고, 누군가는 가죽과 고기를 다뤘으며, 다른 사람들은 무거운 것을 옮겼다. 들소를 찌른 사람들만 일했다면 우리는 고기를 포식자에게 빼앗기거나, 가져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저씨가 잡은 들소는 어느 거예요?”
막내가 물었다.
“내 창으로 마지막 숨을 끊은 들소는 없었어.”
“그럼 그냥 서 있기만 한 거예요?”
“내 자리를 지켰지. 어린 들소 하나를 쫓아갔다면 더 큰 무리가 전부 그 틈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어.”
막내는 영웅답지 않다는 얼굴을 했다.
“별로 안 멋있는데.”
“그날은 안 멋있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어.”
“그래도 고기는 먹었어요?”
“먹었지.”
“직접 잡지도 않았는데요?”
“들소를 찌른 사람만 고기를 가져갔다면, 다음 사냥에서는 모두가 창을 들고 앞에 서려고 했겠지. 옆길을 막거나 주변을 살피거나 고기를 나를 사람은 없어졌을 거야.”
아이들의 눈이 흙 위에 흩어진 점들을 다시 훑었다.
역할 분담은 모두가 같은 일을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발자국을 읽고, 누군가는 바람을 살피고, 누군가는 빠져나갈 길을 막고, 다른 사람은 마지막에 창을 썼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은 일부뿐이었지만, 그 일들이 순서대로 이어지자 혼자서는 시도할 수도 없는 사냥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그것을 집단 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 모두가 사냥 전체를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 각자가 자신이 본 것과 해야 할 일을 나누었기 때문에, 누구도 전체를 혼자 지휘하지 않아도 사냥을 끝까지 이어 갈 수 있었다.
그 구조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약점도 만들었다. 혼자 사냥할 때는 내가 실수하면 나만 실패했다. 역할이 연결된 뒤에는 보이지 않는 한 사람만 자리를 버려도 모두가 실패할 수 있었다. 협동하려면 서로의 능력을 합치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각자가 자기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어야 했다.
집단 지능은 많은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가진 지식과 행동을 신호와 역할, 보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몫을 이어 붙여, 누구도 혼자 이해하거나 해낼 수 없는 일을 함께 완성할 수 있게 됐다.
해가 낮아질 무렵, 우리는 들소의 큰 다리 하나를 나무막대에 걸었다. 혼자서는 들 수 없던 무게가 여러 사람의 어깨 위에서 땅을 떠났다.
사냥할 때 우리의 자리는 서로 달랐다.
돌아갈 때는 무게를 나누어 들었고, 돌아간 뒤에는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