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Mya인류 최초의 도구연재 본문

회차 001

1화. 인류 최초의 도구, 돌 하나가 세상을 바꾼 날

약 330만 년 전 케냐 로메크위에서 초기 인류가 돌을 내리쳐 석기를 만드는 모습

“돌을 깨뜨린 게 그렇게 대단해요?”

아이 하나가 물었다.

“대단했던 건 돌이 깨진 일이 아니야.”

나는 손에 든 돌을 아이들 앞에 내려놓았다. 한쪽이 깨져 모서리가 날카로운 평범한 돌이었다.

“우리가 깨진 조각을 버리지 않은 일이었지.”

막내가 돌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나는 날카로운 면이 아래로 가도록 돌을 뒤집었다.

“그 시절의 기억에는 문장이 없어. 냄새와 통증과 배고픔이 먼저 남아 있지.”

상한 피. 젖은 흙. 입안에 고인 침.

차갑게 식은 짐승. 다리에 붙은 붉은 살.

당겼다. 늘어났다. 찢어지지 않았다.

이로 물었다. 손톱으로 긁었다. 손톱 밑에 피가 찼다.

아이들이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렇게 원시인처럼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진짜 그때는 생각도 짧았어요?”

“생각이 지금처럼 말로 이어지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내가 지금까지 토막 난 문장으로 들려줄 필요는 없잖아.”

나는 웃었다.

“없던 생각은 보태지 않고, 지금의 말로 이야기할게.”

먹을 것은 눈앞에 있었지만 질긴 조직에 붙어 있어 우리 손만으로는 떼어 내기 어려웠다. 옆에 있던 몸집 작은 동료까지 손을 뻗자 나는 먹이를 빼앗길까 봐 어깨로 밀어냈다. 배가 고프면 우리는 서로 으르렁 거렸다.

“몸집 작은 동료가 누구예요?”

“나와 같은 무리에 있던 동료. 짐승은 아니야.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이는 기억나지 않고, 나보다 작았다는 것만 남아 있어.”

“사람을 밀쳤어요?”

“먹을 것 앞에서는 더 심한 일도 많았어.”

아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나는 변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뼈를 부수거나 붙은 살을 떼려고 근처의 돌을 집어 내리쳤다. 하지만 첫 타격은 빗나갔고, 손에 든 돌이 바닥의 돌과 맞부딪치며 큰 소리를 냈다. 한쪽이 깨져 나갔지만 먹을 것은 그대로였다.

조급해진 나는 다시 돌을 내리쳤다. 그 순간 손바닥이 뜨거워지며 피가 흘렀다. 깨져 나온 조각이 나를 벤 것이었다.

화가 나서 던지려다가 번들거리는 모서리를 보았다. 얇은 부분에 내 손가락을 문지르자 피가 나고 피부가 벌어졌다.

따끔했다.

그렇구나. 이것은 문다.

내 손을 갈랐다면 질긴 것도 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료가 다시 달려들자 조급해진 나는 먹이를 끌어안은 채 조각을 더 세게 눌렀다.

마침내 질긴 조직이 벌어지며 붉은 살이 드러났다. 나는 손에 잡히는 만큼 뜯어 씹기도 전에 삼켰다. 동료가 내 팔을 할퀴었다. 나는 동료를 주먹으로 밀어내려다가, 대신 손에 쥔 남은 조각을 주었다.

동료는 잠시 나와 돌을 번갈아 보더니 내 손을 따라 눌렀고, 당겼고,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둘 다 먹었다.

“그게 최초의 칼이에요?”

“칼이라고 부르기에는 손잡이도 없고 모양도 엉성했어. 손까지 함께 베기 쉬웠지. 그래도 전에는 열 수 없던 것을 갈라 열었다는 점에서는 칼과 같은 일을 했어.”

“아저씨가 최초로 만든 거예요?”

막내의 누나인 교복 입은 여학생이 물었다.

“그건 알 수 없어.”

“기억난다면서요.”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건 기억해. 하지만 다른 무리의 누군가가 더 먼저 비슷한 일을 했을 수도 있지. 이름도 기록도 없던 시대야. 나는 최초의 발명가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자연물이 도구로 바뀌던 수많은 순간 가운데 하나를 들려주는 거야.”

여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더 따지지 않았다.

우리는 도구라는 말을 몰랐다. 누가 처음이었는지 남길 이름도, 그날을 기억할 날짜도 없었다. 그래도 먹은 뒤까지 내가 그 조각을 쥐고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둥근 돌은 두드릴 수 있었지만, 깨진 돌은 전까지 열 수 없었던 것을 열어 주었다.

“그럼 돌이 깨졌을 때 부터 도구가 된 건 아니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

“깨진 돌은 전에도 있었을 거잖아요. 그걸로 자르고, 나중에도 쓰려고 남겨 둬야 도구인 거 아닌가요?”

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맞아. 자연에서는 돌이 수도 없이 깨졌을 거야. 하지만 깨진 면의 쓸모를 알아보고 손에 남긴 순간부터 우리와 돌의 관계가 달라졌지.”

“그냥 주운 돌이 아니라, 바꿔서 고쳐쓰는 돌이 된 거네요.”

“그 차이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그 틈이 한번 벌어진 뒤에는 다시 닫히지 않았어.”

지금은 안다. 자연에 있는 것을 그대로 집어 쓰는 일과, 그것을 바꾸어 새로운 쓸모를 얻는 일 사이에는 아주 좁은 틈이 있다. 그날 우리의 손은 그 틈을 처음 벌렸다.

그전까지 우리는 자연을 주어진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썼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자연은 우리 손으로 고쳐, 전에는 없던 가능성을 꺼낼 수 있는 편집 가능한 세계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 앞에 놓인 돌을 다시 집었다.

“돌은 깨졌지.”

“하지만 안 버렸고요.”

“그래.”

나는 날카로운 면을 엄지로 천천히 문질렀다.

“우리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어.”

역사 메모

케냐 서투르카나의 로메크위 3에서는 약 330만 년 전으로 측정된 석기들이 발견됐다. 큰 돌을 모루에 내리치거나 다른 돌로 타격해 박편을 떼고 두드린 흔적이 확인된다. 제작 주체와 정확한 쓰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모속 출현 이전에도 인간 계통이 자연석을 변형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