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메모
케냐 서투르카나의 코키셀레이 4에서는 약 176만 년 전 초기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됐다. 아슐리안은 돌의 양면을 여러 단계로 떼어 전체 형태를 만든 대형 석기로 대표된다. 반복되는 형태는 계획과 기술 전승을 시사하지만, 제작자가 하나의 고정된 ‘머릿속 틀’을 가졌는지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회차 003
약 176만 년 전 · 초기 아슐리안 주먹도끼

“그다음에는요? 다음 발견은 언제예요?”
막내가 재촉했다.
“거의 백만 년이 흘렀어.”
막내의 입이 벌어졌다.
“그다음 이야기가 바로 백만 년 뒤예요?”
“내 이야기에서는 가끔 그래.”
“그동안은 뭐 했는데요?”
“살았지.”
아이들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대답이 너무 짧았다는 건 나도 알았다.
그 사이 강은 여러 번 길을 바꾸었고, 숲은 마르고 다시 짙어졌다. 무리는 물과 먹이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내 곁에서 태어난 이들이 늙어 죽고, 그들이 남긴 아이들도 다시 늙었다. 돌을 깨고, 먹고, 다치고, 이동하는 사이 그 일은 셀 수 없이 되풀이됐다.
“아저씨만 계속 살았고요?”
아까까지 웃던 아이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그래.”
나는 그 대답 뒤에 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 백만 년을 설명하려고 한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돌을 깨는 일도 더는 낯설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돌을 골랐고, 날이 무뎌지면 새 조각을 떼었다. 누군가 성공하면 옆의 손이 그 순서를 따라 했다. 그래도 목표는 언제나 당장 쓸 수 있는 날 하나였다. 잘 베이고 손에 잡히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계속 같은 돌만 만든 거예요?”
“완전히 같지는 않았어. 돌마다 생김새가 달랐고, 깨질 때마다 떨어지는 조각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필요한 건 비슷했지. 지금 고기를 자를 날, 지금 뼈 사이에 넣을 뾰족한 끝.”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이미 쓸 만한 돌을 손에 들고도 자꾸만 고쳐 쥐었다. 날은 서 있었지만 한쪽이 지나치게 두꺼워 힘을 줄 때마다 손 안에서 돌아갔다. 전 같으면 그대로 썼을 것이다. 그런데 전에 우연히 쥐었던 돌 하나의 편안한 모양이 계속 손에 남아 있었다.
“편안한 모양이요?”
“힘을 주어도 돌아가지 않고, 어느 쪽을 잡아야 할지 손이 바로 아는 모양.”
나는 쓰던 돌을 내려놓고 다른 돌을 골랐다. 팔이 유난히 긴 남자 동료가 곁에 앉아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봤다. 정확한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아 나는 그를 긴팔이라고 기억한다.
긴팔은 내가 멀쩡한 돌을 버리고 새 돌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가 처음 끝부분을 깨뜨렸을 때는 떨어진 조각을 주워 곧바로 고기까지 잘랐다. 쓸모는 긴팔의 손으로 가고 실패만 내 손에 남은 셈이었다.
“얄밉다.”
막내가 중얼거렸다.
“그때의 나도 같은 기분이었어.”
그래도 나는 다시 돌을 들었다. 한 번 치고 멈춰 떨어져 나간 자리를 손가락으로 훑은 뒤, 돌을 뒤집어 튀어나온 곳을 다시 쳤다.
어디를 쳐야 하는지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하나를 떼어 내면 다음에 거슬리는 곳이 보였고, 그곳을 치고 나면 또 다른 두꺼운 부분이 손에 걸렸다. 나는 치고, 돌리고, 만지는 일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날을 하나 얻으려고 돌을 깼지만, 그날은 당장 생긴 날보다 손 안에서 달라지는 돌 전체에 더 오래 매달렸다.
해가 낮아질 무렵, 돌은 처음보다 길고 납작해져 있었다. 끝은 좁아졌고 가운데는 손바닥보다 조금 넓었으며, 양쪽 면에는 조각이 떨어져 나간 자국이 서로 마주 보듯 남았다.
나는 새로 만든 돌로 가죽을 갈랐다. 길게 이어진 날은 한 번에 더 많은 부분을 베었고, 두꺼운 곳을 덜어 낸 돌은 힘을 주어도 손 안에서 돌아가지 않았다. 좁아진 끝을 뼈마디 사이에 밀어 넣자 전보다 쉽게 틈이 벌어졌다.
그제야 긴팔은 웃음을 거두었다. 그는 자기가 쓰던 돌조각과 내 돌을 번갈아 보더니 내 것을 가져가 고기를 잘라 보았다. 잠시 뒤에는 새 돌을 집어 내가 했던 것처럼 한 번 치고, 뒤집고, 손으로 면을 확인했다.
다음 날 우리 앞에는 비슷하게 생긴 돌이 두 개 놓여 있었다.
“똑같았어요?”
“아니. 돌도 달랐고, 긴팔의 손과 내 손도 달랐으니까. 그래도 어느 쪽을 잡고 어느 쪽을 써야 하는지는 둘 다 만져 보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었어.”
“그럼 그때부터 주먹도끼를 똑같이 찍어 낸 거네요?”
여학생이 물었다.
“거기까지 가면 너무 빠른 결론이야.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기 시작했다고 해서 크기와 모양이 하나의 표준으로 고정됐다는 뜻은 아니거든.”
“주먹도끼면 나무를 찍었어요?”
“꼭 그런 뜻도 아니야. 이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나무만 찍지 않았어. 가죽을 가르고, 고기를 자르고, 뼈 사이를 벌리고, 단단한 것을 긁거나 부수는 여러 일에 썼지.”
아이 하나가 다시 손을 들었다.
“다른 모양의 설계도는 없었어요?”
“정확히는 알 수 없어. 지금의 내가 그 일을 설명할 때는 설계라는 말을 쓸 수 있어. 하지만 그날의 내 머릿속에 완성된 주먹도끼 그림이 들어 있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에 가까워.”
“그럼 뭘 보고 계속 고쳤어요?”
“손에 걸리는 두꺼운 곳, 힘을 줄 때 돌아가는 방향, 방금 조각이 떨어져 나간 자리. 하나를 고치고 나면 다음에 거슬리는 곳이 보였어.”
이전까지 우리는 돌에서 당장 쓸 날 하나를 얻었다. 이제는 한 번 깨뜨릴 때마다 다음에 손볼 곳을 찾아 돌 전체를 계속 바꾸기 시작했다. 도구 제작의 목표가 우연히 떨어져 나온 좋은 모양 하나를 얻는 데서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 간 것이다.
“그러니까 설계도도 없었고, 눈앞의 돌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거네요.”
“맞아.”
나는 그 뒤로도 긴팔이 돌을 다루는 모습을 오래 지켜봤다. 그는 날이 생겼다고 바로 손을 멈추지 않았다. 돌을 뒤집고, 엄지로 두꺼운 곳을 찾고, 한 번 더 쳤다. 다른 이들도 완성된 도구보다 그 동작을 먼저 따라 했다.
우리가 만든 돌은 여전히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길었고, 어떤 것은 넓었으며, 서툰 손에서는 중간에 부러지기도 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분명했다.
예전에는 날이 생기면 일이 끝났다.
이제는 쓸 수 있게 된 뒤에도 돌을 한 번 더 뒤집었다.
도구에 모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한 번에서였다.
케냐 서투르카나의 코키셀레이 4에서는 약 176만 년 전 초기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됐다. 아슐리안은 돌의 양면을 여러 단계로 떼어 전체 형태를 만든 대형 석기로 대표된다. 반복되는 형태는 계획과 기술 전승을 시사하지만, 제작자가 하나의 고정된 ‘머릿속 틀’을 가졌는지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