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0 kya원시적 수상 이동연재 본문

회차 005

5화. 인류의 바다 횡단, 바다가 길이 되기 시작했다

약 90만 년 전 초기 인류가 원시적인 수상 이동으로 바다를 건너는 모습

“그때도 배가 있었어요?”

막내가 물었다.

“배라고 부르면 너무 훌륭해 보이는데.”

“그럼 뭐였어요?”

“물에 뜨는 바닥. 지금 보면 엉성했지만,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알던 세계의 끝을 넘어갈 수 있었어.”

건너편 땅은 늘 보였다.

맑으면 물 너머로 검은 숲과 옅은 해안선이 드러났다. 새 떼가 그쪽으로 날아가 내려앉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보인다는 것과 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물은 걸을 수 있는 바닥을 감춘 채 계속 움직였고, 멀리 나갈수록 발을 딛을 곳 없이 몸을 오래 띄워야 했다. 우리에게 건너편은 땅이 아니라 풍경이었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왜 가려고 했어요?”

“새가 내려앉는다면 쉴 곳과 먹을 것이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어. 늘 다니던 해안의 조개와 열매가 줄어드는 계절도 있었고.”

나는 물 너머를 바라보던 오래전의 눈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람은 보이는데 닿지 못하는 곳을 오래 바라보면, 언젠가는 가 보고 싶어 해.”

물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동료가 폭풍 뒤 해안으로 밀려온 나무들을 살폈다. 가벼운 나무에 몸을 기대면 깊은 곳에서도 머리가 물 위로 나왔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올라갈 수 있도록 떠내려온 나무들을 덩굴로 묶었다.

처음 만든 부유물은 나와 몸집이 작은 동료가 올라타자마자 벌어졌다. 우리는 물에 처박혔고, 지켜보던 이들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또 실패했네요.”

막내가 즐거워하며 말했다.

“기술의 역사를 오래 보고 있으면, 위대한 순간 대부분이 누군가 물이나 진흙에 처박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게 돼.”

“진짜요?”

“아니. 방금 건 조금 과장했어.”

아이들이 웃었다. 짠물을 뱉던 그때의 나는 웃지 못했지만, 실패한 까닭은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나무들이 흩어지지 않게 다시 묶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자리를 나눴다. 물에 익숙한 동료는 가지 하나를 던져 흐르는 방향을 살핀 뒤 출발할 곳을 바꿨다. 진짜 문제는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뒤 시작됐다.

해안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묶인 나무들이 발밑에서 따로 놀았고, 덩굴은 물을 먹어 느슨해졌다. 한 동료가 겁에 질려 내 쪽으로 붙자 바닥이 기울었다. 나는 그를 밀어내는 대신 반대편으로 몸을 옮겼고, 다른 이들도 서로의 위치를 보며 무게를 나눴다.

누군가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쪽의 사람이 움직였다. 앞의 사람이 힘이 빠져 손을 멈추면 뒤의 사람이 가지를 뻗어 대신 물을 밀었다. 그 위에서는 혼자 균형을 잡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의 몸이 하나의 도구처럼 맞아야 했다.

얼마 뒤 물빛이 옅어졌다. 긴 가지 끝이 다시 바닥에 닿았고, 우리는 거의 동시에 물로 뛰어내려 부유물을 끌었다. 발밑에 모래가 잡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뒤를 돌아보니 떠나온 해안은 건너올 때보다 훨씬 작았고, 그 사이의 물은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진짜 도착했네요.”

“도착했지.”

“거기에 뭐가 있었어요?”

새 땅에는 처음 보는 열매와 얕은 물에 붙은 조개가 있었다. 조금 안쪽에서는 날을 떼기 좋은 돌도 찾았다. 우리가 본 적 없는 짐승의 흔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위험한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새로운 땅은 새로운 먹이만 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 배워야 할 것까지 한꺼번에 내놓았다.

몇몇은 부유물을 해안에 버려두고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다. 물에 익숙한 동료는 풀리기 시작한 덩굴을 다시 조이고, 우리가 떠나온 해안을 가리켰다. 건너편에 도착한 순간보다 그 행동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물을 왜 다시 건너려는지 알 수 없었다.

물이 잔잔해지자 우리는 부유물을 다시 띄웠다.

“돌아가려고요?”

“한 번 떠밀려 도착한 것만으로는 길이 생겼다고 할 수 없으니까.”

두 번째 건넘부터는 처음과 달랐다. 어느 곳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물살이 어느 방향으로 미는지, 누가 어디에 있어야 덜 기우는지를 우리 몸이 조금씩 기억했다. 실패와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건넘은 더 이상 행운에만 달려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익숙한 해안의 먹을 것을 새 땅으로 가져갔고, 새 땅의 돌과 열매를 돌아오는 부유물에 실었다. 이전에도 두 해안에는 각자의 자원이 있었다. 달라진 것은 그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자원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자원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닿고, 이용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활의 일부가 된다. 이동 기술은 새로운 열매나 돌을 만들지 않았지만, 전에는 그림처럼 바라보기만 하던 것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훗날 사람들은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도에 표시했다. 하지만 문명을 움직인 진짜 지도에는 거리만이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과 위험도 함께 그려져 있었다. 길과 배와 철도와 비행기는 모두 그 비용을 낮추며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를 넓혔다.

물은 여전히 깊었고 사람을 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건너고 돌아올 수 있게 되자, 바다는 세계를 끊는 경계인 동시에 두 땅을 잇는 길이 되었다. 문명의 경계는 땅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이동 기술이 더는 닿지 못하는 곳에 생겼다.

처음 건너기 전, 반대편 해안은 눈앞에 있어도 갈 수 없는 `저쪽`이었다.

몇 번을 오간 뒤, 그곳은 우리가 갈 수 있는 세계의 `다음`이 되었다.

역사 메모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의 월로 세게에서는 최소 약 102만 년 전 고인류가 만든 석기가 발견됐으며, 플로레스는 해수면이 낮을 때도 물을 건너야 도달할 수 있는 섬이었다. 2025년에는 술라웨시에서도 최소 약 104만 년 전의 석기가 보고됐다. 이는 초기 고인류가 월리스아의 바다 장벽을 실제로 넘었다는 간접 증거지만, 당시의 배나 뗏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만든 부유물을 이용했는지 자연 식생에 우연히 실려 갔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